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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의 구석기 문화(東南아시아의 舊石器文化)

한국고고학사전
Admin (토론 | 기여)님의 2025년 12월 5일 (금) 19:28 판 (dkamaster 700-0199 자동 업로드 (entry_type=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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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정보
시대 구석기 시대
관련 정보
유적 트리닐 유적
키워드 트리닐 유적, 호모 에렉투스, 호모 에르가스테르, 호모 하빌리스, 호모 솔로엔시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호모 루소넨시스, 셸리안 주먹 도끼
사전 정보
수록 사전 한국고고학전문사전(구석기 시대 편)
집필 연도 2023
집필자 배기동



설명

동남아시아는 일찍이 인류의 기원지로 여겨졌으며, 1891년에 이미 초기 호모화석이 발견된 지역이다. 19세기에 고인류가 확인된 이후에도 중요한 발견이 많이 있었지만, 구석기 공작은 그다지 많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기후 환경 조건으로 인해 유적 형성 과정이나 퇴적 후의 변형 과정에 특별한 상황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데 최근에 고고학 증거가 증가하고 있으며, 유전자 연구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지역은 인류 진화와 확산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근거를 제공한다. 특히 순다(Sunda) 지역은 해수면 변동에 따라 연륙되기도 하는 곳으로, 인류 확산 시기와 섬 지역의 특별한 진화 양상 등의 주제를 두고 논의가 뜨겁게 이루어지고 있다.

19세기 말 뒤부아(Dubois, E.)가 자바의 트리닐 유적에서 수습한 피테칸트로푸스(Pithecanthropus) 화석을 분석한 마이어(Mayr, E. W.)는 이 화석에 호모 에렉투스라는 학명을 부여하였다. 그 후 20세기 전반에 이르면 여러 지점에서 호모의 화석이 수습되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곳으로는 산기란(Sangiran)과 모조케르토(Mojokerto)를 꼽을 수 있다. 산기란 유적은 퇴적층이 융기되어 오래된 지층의 단면이 노출된, 마치 돔과 같은 지질 구조의 지형에 있다. 융기와 화산 분출로 인해 층서의 양상이 매우 복잡하다. 그에 따라 수습된 고인류 화석들의 층서상 위치도 불분명한 것이 많아 연대에 대한 여러 논란이 있다. 화석 중에서 가장 오래되었다고 여겨지는 것은 산기란층에서 발견된 머리뼈 조각이다. 이는 적어도 160만 년 전 이전에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130만 년에서 100만 년 전 사이의 시기에 속하는 층에서 많은 화석이 수습되었다. 그러나 자바의 호모 에렉투스는 아직도 진화 계통이나 분포 범위, 상대적으로 늦은 시기의 화석들과의 관계를 비롯한 많은 점이 불확실하다. 또 자바의 초기 고인류들은 그동안 호모 에렉투스로 분류되었지만 이보다 이른 시기인 호모 에르가스테르 혹은 호모 하빌리스일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중기 갱신세의 고인류로서는 호모 솔로엔시스(Homo soloensis)가 있다. 이에 속하는 화석들은 솔로강변의 응안동(Ngandong), 응아위(Ngawi) 그리고 삼붕마찬(Sambungmacan) 등에서 발견되었다. 대부분 하천 퇴적층 속에서 발견되어 유래가 불확실하지만 대체로 앞선 시기의 고인류보다 진화한 모습이다. 이러한 화석 인류들은 대체로 체구가 작은데, 플로레스섬의 리앙 부아(Liang Bua) 유적에서 발견된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는 ‘호빗(Hobbit)’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키가 작고 두뇌 용량도 380cc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한 신체적 특성이 이 지역의 고인류들이 열대 우림의 섬 환경에 적응한 결과인지 또는 이미 오래전부터 계통이 다른 고인류 집단에서 유래하여 현지 진화를 거듭해 발생한 것인지를 두고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 한편, 대륙 지역에서는 라오스의 탐 파 링(Tam Pa Ling) 동굴 유적에서 현생 인류 화석이 발견되었는데 연대는 대체로 5만 년 전 무렵이다. 태국의 모 키에우(Moh Khiew) 동굴에서 발견된 현생 인류 화석의 연대는 갱신세 말엽에 해당한다. 필리핀 루손(Luzon)섬의 타분 동굴에서 발견된 현생 인류 화석의 연대는 5만에서 3만 년 전 사이이며, 루손섬 북부의 칼라오(Callao) 동굴에서 발굴된 호모 루소넨시스 화석은 7만 년 전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확인되었다. 필리핀의 현생 인류 화석들도 체구가 작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자료들은 현생 인류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호주 지역으로 확산하기 전에 이미 순다 지역의 여러 섬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었음을 확인시켜 준다.

자바에서 일찍이 호모 에렉투스 화석이 발견되며 구석기 유물을 찾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산기란 응게붕(Ngebung)의 자갈층 및 트리닐 부근의 개울가에서 석기가 발견되었다. 그중에는 소위 셸리안(Chellean) 주먹 도끼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러한 석기들은 고인류와 같은 시기로 추정되기도 하였지만 결국은 후대의 유물로 귀결되었다. 1940년대에 모비우스(Movius, H. L.)는 이러한 빈약한 자료를 토대로 주먹 도끼 문화권 대 찍개 문화권이라는 구석기 이원론을 구성한 것이다. 그동안 보고된 석기 공작들은 모두 강자갈층과 관련되어 그 기원이 불분명하고, 고인류 화석도 하천 활동과 관련되기 때문에 양자 사이의 상호 관계 또한 알 수 없다.

모비우스가 구대륙 전반에 걸친 구석기 전통을 확인하기 위해서 관찰한 동남아시아의 석기 공작은 파지타니안(Patjitanian), 탐파니안(Tampanian), 아니야티안(Anyathian), 핑노이안(Fingnoian) 공작이라 불리는데, 모두 상대적으로 늦은 시기인 갱신세 후기 후반에 속한다고 일반적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당시 이 지역에는 서구의 아슐리안과 동시대의 석기 공작이 없던 셈이다. 그런데 최근 산기란 지역에서 채집된 격지들은 160만 년에서 120만 년 전 사이의 연대에 해당하는 층에서 유래했다고 본다. 순다 지역의 월로 세게(Wolo Sege) 유적에서도 연대가 100만 년으로 측정된 석기가 발견된 바 있다. 또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발견된 리앙 부아 동굴이나 다른 섬의 동굴에서도 격지 석기가 수집되었다는 보고가 있는데, 대체로 중기 갱신세에 속한다고 하지만 그 전반적 양상은 확인하기 어렵다. 플로레스섬의 마타 멩게(Mata Menge) 유적에서 수습된 수백 점의 석기도 그 연대가 전기 갱신세 말로 추정되었으나,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대륙 지역의 렝공(Lenggong) 유적에서는 주먹 도끼가 용융 상태인 운석 광물 수바이트(suevite)에 포획된 상태로 발견되었는데, 수바이트의 연대가 180만 년 전으로 측정되어 수수께끼의 석기 공작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또한 태국 북부 지역의 반 매 타(Ban Mae Tha)와 반 돈 문(Ban Don Mun) 유적에서 수습된 강돌로 만든 찍개 종류 석기들은 70만 년 전 전후의 석기라고 주장되지만, 불확실한 점이 많다. 베트남에서는 도선(Đồ Sơn) 유적에서 수집된 주먹 도끼 공작의 연대가 오래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만, 석기 출토 양상은 전혀 알 수 없다. 한편 베트남 중부 지방의 안케(An Khê)에서는 여러 곳에서 주먹 도끼가 수습되었는데, 그 연대가 늦어도 70만 년 전이라고 주장되지만 아직 객관적 자료가 부족한 형편이다.

동남아시아에서 확인되는 후기 갱신세의 석기 공작 양상도 불확실한 점이 많다. 자바섬의 송 테루스(Song Terus) 유적에서 수습된 석기는 대부분 강자갈로 만든 격지 석기로서, 그 연대는 30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필리핀에서는 카가얀(Cagayan) 계곡의 카발와니안(Cabalwanian) 석기 공작이 오래전부터 알려졌는데, 원시적 형태의 찍개와 불규칙한 대형 석기가 주류를 이룬다. 아루보(Arubo) 유적에서는 주먹 도끼를 비롯한 석기들이 발견되었지만, 그 연대는 후기 갱신세의 후반으로 분류된다. 뉴기니 고원 지대의 이반느(Ivane) 유적에서 발굴된 석기들은 5만 년 전에서 4만 5천 년 전의 유물로 알려졌는데, 강자갈의 한쪽 면을 거칠게 다듬은 것이다. 이 석기 공작은 동남아시아 열대 우림 지역의 고인류들이 지역 환경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특성을 잘 보여 주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후기 갱신세 말엽에 등장해 전신세까지 계속 제작되었다고 여겨지는 호아비니안(Hoabinhian) 공작은 단면 가공으로 강자갈의 가장자리를 따라 급하게 기운 날을 만들었다는 특징이 있으며, 중국 남부에 이르기까지 동남아시아 일대에 널리 분포하고 있다.

순다 지역의 술라웨시(Sulawesi)섬이나 보르네오(Borneo)섬의 동굴에서 발견된 동굴 벽화는 청동기 시대의 것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그 연대가 유럽 지역의 동굴 벽화보다도 오래되었거나 최소한 동시대라는 사실이 발표되었다. 그림의 위를 덮고 있는 얇은 석회층의 연대를 우라늄 동위 원소 연대 측정법으로 분석한 결과, 일부 그림은 4만 5천 년 전이나 그 이전에 그려졌다고 한다. 이러한 정보는 예술 행위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인식이 필요함을 말해 준다. 술라웨시섬 남부 지역의 석회암 지대 동굴에 남아 있는 동굴 벽화는 붉은색과 검은색을 주로 사용한 그림들이다. 그림의 주제로는 멧돼지와 소가 많이 등장하며 집선문으로 몸통의 질감과 동감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또한 단순히 동물을 묘사한 그림뿐 아니라 사냥하는 모습을 그린 것도 있어서 당대 사람들의 생활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세계 각지의 원시 벽화에서 보듯, 다양한 기법으로 사람의 손을 그린 그림도 매우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