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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지리크 문화의 동물 장식 문양(Звериный стиль пазырыкской культуры)

한국고고학사전


파지리크 문화의 동물 장식 문양
기본 정보
시대 청동기 시대
지역 알타이 산맥
관련 정보
키워드 파지리크 문화, 스키토-시베리아 문화, 고총고분, 말갖춤, 동물 장식 문양, 돌무지덧널무덤, 금박, 환상동물, 그리핀
사전 정보
수록 사전 한국고고학전문사전(청동기 시대 편)
집필 연도 2019
집필자 조소은



설명

파지리크 문화스키토-시베리아 문화(Скифо-сибирская культура)권에 속하는 초기 철기 시대 문화이다. 고총고분, 말갖춤(馬具), 동물 장식 문양 등의 요소를 지표로 하며 알타이산맥의 고원 분지에서 주로 발견된다. 파지리크 문화의 전형적인 고분은 돌무지덧널무덤(積石木槨墓)이다. 알타이산맥의 고원 분지에는 영구 동토층(永久凍土層)이 형성되는 환경적인 요인으로 다양한 소재의 유물들이 부패하지 않고 현재까지 그대로 보존되어 발굴되었다. 파지리크 문화 고분에서 출토된 말갖춤, 무구(武具), 장신구, 의복 등에서는 골제, 목제, 청동제, 펠트제, 가죽제로 구성된 다양한 동물 문양 장식이 다수 확인되었다. 동물 문양 장식들은 얇게 편 금박을 입힌 것이 다수이며, 이는 파지리크 문화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파지리크 문화의 유물에서 나타나는 동물 문양은 해당 기후지역의 식생과 공생하는 가축류 및 맹수류들을 주제(Motif)로 한다. 문양은 크게 맹수류, 발굽이 있는 유제류(有蹄類), 조류, 환상 동물로 구분된다. 맹수류 동물 문양은 호랑이, 표범, 사자, 늑대, 이리 등이며, 굽 동물은 소, 말, 사슴, 산양, 염소 등이다. 멧돼지는 맹수이자 굽 동물의 중간적 역할이라는 견해가 있다. 조류에는 주로 독수리와 두루미가 표현되었다.

환상 동물은 2마리 이상의 동물을 혼합한 상상속의 동물이 표현된 것으로, 그중 그리핀(Griffon)이 가장 특징적이다. 그리핀스키타이 문화에서 보이는 사자와 독수리가 혼합된 상징적 동물로 그리스 유형과 페르시아 유형으로 구분된다. 그리스 유형의 그리핀은 독수리 머리 상부에 둥근 돌기, 돌출된 긴 귀, 혀가 보이는 벌어진 부리와 날개를 갖춘 세트이다. 페르시아 유형은 독수리 머리에 날개 달린 맹수의 몸통이며 귀가 짧고 목덜미를 따라 등 갈기가 표현되어 있다. 파지리크 문화의 그리핀은 이 두 가지가 적절히 혼합된 형태로 볼 수 있고 독수리 형태로 표현된 양상이 다수 관찰된다.

파지리크 문화에서 보이는 동물 문양의 표현 특징은 몇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먼저 문양에 표현된 동물들의 자세가 특징적이다. 동물들이 몸을 둥글게 말고 있거나, 상체를 허리 쪽으로 180°로 돌려 앉아 얼굴이 정면을 보고 있는 자세가 특징적이다. 동물의 다리는 앞·뒷발이 마주 닿게 몸통 안으로 접어 웅크린 자세이거나, 네발을 앞으로 구부려 접어 앉아 있는 자세, 다리를 아래로 쭉 펴고 까치발을 딛고 서있는 자세로 표현되었다. 동물 문양 장식이 정면 또는 입체적으로 표현될 경우 웅크리거나 앉은 자세이고, 측면과 선 자세, 단면적으로 표현되었을 경우에는 다리를 펴거나 까치발을 들고 선 자세가 많다. 이러한 양상은 굽 동물과 맹수류를 표현한 장식에서 주로 보인다. 조류의 경우는 날개를 활짝 펼친 상태를 표현한 형상도 있다. 두 마리 이상의 동물을 표현한 경우에는 투쟁 장면이 특징적이다. 파지리크 문화에서는 실제 동물과 환상 동물이 혼재하여 싸우는 장면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동물의 종(種)부터 어떠한 자세를 취하는지 어디를 물고 있는지 등이 한눈에 보이도록 구성되어 있다. 또 동물들 간의 엉킴에 있어 대칭적으로 배열되는 구도가 존재한다. 이러한 특징은 동물 양식을 제작하는 장인들이 알타이 산지에 살면서 직접 동물들을 보고 제작한 점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특정한 배경 없이 동물 그 자체를 조각하였고, 동물의 특정 부위를 과장되게 표현한다. 다른 스키타이 문화권에서는 동물을 나타내는 몇몇의 특징만을 표현한 반면에, 파지리크 문화에서는 동물의 큰 눈, 하트 모양 귀, 콧구멍, 주둥이, 갈기 털, 발톱과 꼬리 심지어 눈물샘까지 사실적으로 묘사하였다.

동물 문양의 표면은 소용돌이무늬와 나선무늬(螺線文)로 처리하였다. 이러한 표면 처리는 동물들의 늑골, 견갑부, 대퇴부 등이 도드라져 좀 더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여 스키타이 문화보다 더 자세하고 생동감 있게 표현하였다.

청동이나 금박을 입힌 경우에는 타원형의 패식(佩飾)이나 장식판(Plaque) 형태로 만들어 옷이나 모자를 장식한 것이 대부분이다. 소재가 나무일 경우는 대부분 부조 기법으로 양각하였는데, 이러한 방식은 동물 조각에 음영의 효과를 보여 생동감을 준다.

파지리크 문화에서 나오는 그리핀은 스키타이에서 주로 보이는 독수리와 사자가 혼합된 그리핀보다 갈기를 가진 독수리 모양으로 주로 표현되고 있다. 고대 신화에서 환상적 새의 이미지는 수메르 문화의 아주Anzû(Eagle), 인도의 가루다(Garuda), 이란의 시무르그(Simurg), 중국의 주작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파지리크 인들도 그들의 신화 및 신앙적인 개념들을 동물 문양으로 구체화 시킨 것이 독수리형의 그리핀 문양이다. 파지리크 문화에서 그리핀은 말의 치레거리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다. 말의 이마 장식은 몸통면과 바닥면을 따로 조각한 후 하나로 조립하여 장식 효과를 극대화하였다. 나머지 환상 동물들은 공작새와 불사조, 산양과 사슴, 산양과 맹수, 맹수의 몸통에 염소의 뿔, 주둥이 대신 부리가 있고 사슴뿔을 가진 맹수와 같은 다양한 조합의 환상 동물들이 있다. 이러한 환상 동물들은 신앙적으로 상징을 가진 각각의 동물들을 하나의 형상으로 몰아 만든 것으로 조그마한 동물 조각에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파지리크 문화에서는 고분군의 규모에 따라 사용되는 동물 문양의 종류가 서로 다르다. 대형 고분의 경우 항상 많은 말이 매장되어 그들에게 속해 있는 다량의 말갖춤들과 피장자가 걸친 의례용 의복 및 목곽을 장식한 펠트제 카페트 등의 유물에 다양한 동물 문양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그중 맹수류와 환상 동물류가 가장 많이 사용되었다. 중형급 고분에서는 단검의 손잡이 끝, 재갈과 재갈멈치 끝단 및 굽 동물의 두상을 조각한 말갖춤과 무기류, 옷과 모자 장식 등에 사용되고 있다. 맹수류나 환상 동물은 일부 말이 출토하는 고분에 한정되어 확인된다. 소형 고분에서는 동물 문양이 사슴, 말, 양 등의 굽 동물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목재로 된 검집 장식이나, 피장자가 썼던 모자 장식, 미니어처의 무기류를 장식하는 문양으로 주로 사용되었다. 고분 간 규모에 따른 유물 구성의 차이가 계급간의 동물 문양 사용도를 가시화 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처럼 고대 파지리크인들은 동물 문양 사용에 있어 계층에 따라 일정 정도의 선호도가 있었고 이를 통해 파지리크 문화 사회의 전반적인 사회 체계를 추정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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