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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지역 진화설(多地域進化說)

한국고고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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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지역 진화설
기본 정보
동의어 다지역 연속 진화설, 다지역 연계론, 다지역 기원설
시대 구석기 시대
관련 정보
유적 스쿨 동굴, 카프제 동굴, 류장 유적, 즈런 유적
키워드 현생 인류, 아프리카 기원설, 화석, 호모 에렉투스, 호모 사피엔스, 호모 하빌리스, 호모 에스가르테르, 베이징인
사전 정보
수록 사전 한국고고학전문사전(구석기 시대 편)
집필 연도 2023
집필자 이형우



설명

현생 인류의 기원과 확산과 관련해 이른바 아프리카 기원설로 알려진 이론과 대척점에 있는 이론이다. 1990년대까지 인류의 진화와 종의 분화에 관한 연구는 화석의 형태적 특징을 비교하는 데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화석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 이 이론은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유전자 연구가 활발해지고 특히 화석에서 유전자를 성공적으로 추출할 수 있게 되면서 호모 에렉투스호모 사피엔스의 연대와 분포에 대한 정보가 늘어났고, 결국 이 이론은 힘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다지역 진화설의 핵심은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호모 에렉투스가 이후 구대륙으로 확산해 곳곳에 정착하였는데, 각 지역의 집단이 반독자적으로 진화하면서 현생 인류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 집단이 진화하는 과정에서는 항상 지역과 지역 사이에서 유전자 교류(gene flow)가 이루어지지만 종이 완벽하게 격리되어 종의 분지(分枝)가 발생하지 않았고, 따라서 현생 인류는 하나의 종을 유지하게 되었으며 그와 함께 각 지역 집단에만 고유한 특징도 어느 정도 물려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아프리카 기원설은 현생 인류의 기원지가 아프리카라는 단일 지역임을 강조하는 내용이지만, 다지역 진화설은 현생 인류의 기원지가 여러 곳이며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등 지역별로 어느 정도 고유한 진화의 궤적을 거쳐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했다는 주장이다. 또 이 주장은 호모 에렉투스에서 현재의 호모 사피엔스에 이르는 진화 과정이 연속적으로 이어졌음을 강조한다는 의미에서 다지역 연속 진화설로도 부른다.

이 학설의 인기는 1980년대에 정점에 다다랐다. 이 설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당시에도 호모 에렉투스는 아프리카에서 기원해 아시아와 유럽으로 확산했다는 생각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또한 당시에는 기원지가 한곳이든 여럿이든 모든 호모 에렉투스와 호모 사피엔스는 하나의 계보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이후 호모 에렉투스가 매우 이른 시점에 아프리카와 동아시아에 이미 존재했다는 자료가 발견되었고, 그에 따라 아프리카를 벗어난 최초의 고인류가 호모 에렉투스가 아니라 호모 하빌리스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것이 사실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오늘날에는 중국을 비롯한 여러 지역의 호모 에렉투스와 지역적 변종들은 모두 멸종했으나, 다만 아프리카의 호모 에렉투스나 그 변종인 호모 에르가스테르에서 진화한 호모 사피엔스가 적어도 30만 년 전부터 등장하게 되었다는 설명이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다지역 진화설이 힘을 받고 있던 때에 아프리카 기원설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인류 진화의 마지막 주요한 분지로서 호모 에렉투스와 호모 사피엔스는 대략 30만 년에서 20만 년 전 사이에 갈라졌다고 보았다. 그러나 다지역 진화설에서는 그러한 마지막 주요한 분지는 대략 170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의 등장 혹은 확산과 더불어 있었으며, 지난 170만 년 동안 인류의 진화 과정은 분지적 진화가 아닌 단계통 진화이며 형태적 특징의 양적 변화만이 있었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호모 에렉투스가 이후 다른 종에 의해 대체 되었다기보다 점진적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20세기 말, 다지역 진화설의 대표적 주창자로는 미국의 월포프(Wolpoff, M.)와 호주의 손(Thorne, A.)이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의 원조는 이미 1930년대에 중국지질연구원 제4기 연구실의 명예 책임자로서 1920년대에 중국 베이징 부근에서 발견된 호모 에렉투스, 즉 소위 베이징인을 조사한 프란츠 바이덴라이히(Franz Weidenreich)가 제시한 바 있다. 그는 특히 머리뼈 상부에 발달한 시상능(sagittal crest)의 형태를 근거로, 현대 중국인의 기원을 바로 베이징인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하였다. 즉, 그는 현대 중국인은 베이징인으로부터 진화했다는 다지역 진화설 입장에 선 주장을 하였다. 오늘날에는 그의 결론을 그대로 따르는 연구자는 없지만, 일부 중국 연구자들은 호모 사피엔스 단일 기원설이 정설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영향을 받아 다지역 진화설의 가능성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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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